나의 하루는 6시 30분에 시작된다. 많이 게을러졌다 해야 하나? 여유가 생겼다 해야 하나? 팍팍했던 내 생활에 조금의 올리브유를 가미한 느낌이다. 이렇게 글을 쓸 시간도 텃밭을 가꾸며 식물의 변화를 관찰할 시간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8시 31분, 일어난 지 2시간이 지났다.
6시 30분 기상
딸들 아침식사 준비, 교복 또는 체육복, 물병, 마스크를 꺼내 아로마 스티커 붙여두고
7시
딸들을 깨우러 2층으로 올라간다. 약 5~10분간 간지럼도 태우고, 엉덩이도 때리고, 뽀뽀도 하고, 이상한 이야기로 잠을 깨운다. 아무것도 안 먹히면 소리 지른다. '빨리빨리'를 7시부터 집을 나서는 7시 30분까지 수십 번을 하는 것 같다.
7시 30분
텃밭을 살피러 간다.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파종한 아이가 싹은 틔웠는지, 잎이 마른 아이는 없는지, 벌레가 또 얼마나 괴롭혔는지, 꽃핀 아이는 없는지, 땅은 얼마나 말랐는지... 누가 보면 식물 애호가라고 오해를 하겠다.(사실 1달 정도 된 초보)
오늘은 새로운 싹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다. 오이씨가 3개 정도 발아했고. 그 옆에 들깻잎인 듯한데 거기도 싹이 있다. 고작 4가지 심었는데 어디다 심었는지도 헷갈린다.
물을 흠뻑 주고 계란 껍데기도 약사발에 곱게 갈아서 비료로 뿌려준다. 발아한 아이들 말고도 국화꽃이 꽃 봉우릴 맺고 있고, 바질도 벌레에서 벗어난 듯 건강해 보이고, 루꼴라도 어제보다 한 1.5센티는 자란 것 같다. 무엇보다 해바라기가 이제 꽃잎도 떨어져 가고 머리가 무거워져 기운 없어 보이는 게 난 최선을 다했어 라며 다가올 운명을 기다리는 것 같아 바라보는 내내 안쓰럽다.
까슬한 가을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느낄 수 있는 텃밭에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스케줄이 없는 날, 도서관에 가서 책 볼 예정이다.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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