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가을~^^

가을이 왔다.

정신없이 분주한 이른 아침을 "잘 다녀와" 소리로 마무리 짓고 7시 30분 이제 고요하고 적막한 아침이 찾아왔어요. 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스쿨버스 타러 가버리고 나면 남은 아침밥은 내 차지...
진짜 가을이네요... 내가 또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걸 보니...
짜증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지들만 느긋하게 준비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꽥꽥 오리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죠. 카메라 설치해서 내 모습을 보면 아마 경악하지 싶어요. 그렇게 소리 지르다 현관에 배웅을 할 때쯤 미안함이 올라와요ㅜㅜ "잘 다녀와" "......."
자기들도 기분이 안 좋겠지요? 기분 좋게 헤어지지 못해 씁쓸해요.
갑자기 어릴 때 생각도 나고요. 내가 엄마한테 아주 얄밉게 쏘아붙인 기억도 떠올라요. 내가 원하는 삶은 뭘까? 나는 어떤 사람 일까? 나는 나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모두가 '가을'탓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내 감정을 정리해서 쓰고 있으니 훨씬 좋은 거 같아요. 누군가는 읽고 공감하겠지? 하면서요.^^

오늘 같은 날 생각나는 시가 있어요.
이 시를 읽고 많은 사람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닌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 것이 아니다
당신이 입은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에린 헨슨 <아닌 것>-